[프리다이빙] Apnea Odyssey 1
이론 + 풀세션
스노클링 투어를 갈 때마다 구명조끼는 내게 필수였다. 수영을 아예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는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최근 쁘렌띠안에 갔을 때에도 우리만 구명조끼를 단단히 챙긴 채 물에 들어갔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유롭게 바다를 누비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이 극에 달했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자마자 "프리다이빙" 코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의 작은 목표는 단순하다. 언젠가는 깊은 수심에서도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내가 알아본 곳은 총 세 군데였다. 여러 곳을 비교하다 보니 접근성이 좋고, 가격도 적당한 곳을 찾게 되었는데 결국 선택한 곳은 Apnea Odyssey였다.
Apnea Odyssey
Apnea Odyssey Freediving Course Malaysia
We provide freediving and mermaid course, trips and training in Malaysia. SSI Freedive centre, belajar berenang, belajar freedive
www.apneaodyssey.com
PADI가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솔직히 나에게는 어떤 인증기관이냐가 그렇게 크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그래서 바로 결정을 내렸다. 또 알아보니 교육 체계 면에서는 오히려 SSI 쪽이 더 짜임새가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정말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결제를 마치고 나면 완료해야 할 이론 공부와 퀴즈가 주어진다. 이건 무조건 수업 첫날 전에 끝내는 걸 강력 추천한다. 나는 끝까지 미루다가 결국 수업 당일 새벽에 부랴부랴 모든 과제를 마쳤다. 마지막 Final Quiz는 100점을 맞아야 통과할 수 있는데, 다행히 틀린 문제는 바로 정답을 알려줘서 어떻게든 완료할 수 있었다. "프리다이빙" 수업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 Pre-트레이닝이었다. 다행히 한국어 버전이 제공돼서 그나마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고, 이론을 대충이라도 훑고 간 덕분에 실제 수업에서도 이해가 훨씬 쉬웠다.
첫 번째, 두 번째 세션은 KGPA 수영장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Phileo Damansara MRT 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있어서, 뚜벅이인 나에게도 충분히 걸어갈 만한 거리였다. 골프장과 함께 있는 곳이라 언덕 위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그랩비를 아끼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걸었다. 첫째 날은 퀴즈를 수업 가기 직전까지 풀느라 결국 그랩을 탔다. KL 시내, 특히 방사 사우스 쪽에서 출발하면 차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서 접근성은 최고다.
첫째 날 수업은 나와 함께 등록한 동료 한 명, 이렇게 두 명으로 시작됐다. 덕분에 정말 우리만을 위한 맞춤 수업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머리로 배우는 이론들이 사실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냥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로만 넘겼는데, 직접 실습을 해보니 그제야 이론이 왜 필요한지 조금씩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날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오리발 피닝, 스태틱, 다이내믹, 그리고 암 스트로크였다. 그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오리발 피닝이었다. 오리발을 착용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어떻게 다리를 움직여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헤맸다. 하지만 거의 수업 끝나기까지 헤매이다가 끝나기 전 선생님이 한 번 딱 잡아주고 나서부터 그때서야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스태틱은 확실히 요가에서 배운 호흡법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만, 코가 아닌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하는 점은 조금 다른 점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시도에서 1분 40초를 기록하며 나름 괜찮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다이내믹은 그냥 너무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나에게 맞는 웨이트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500g이 가장 적당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손을 거의 바닥에 향하게끔 하고, 머리로 웨이브를 하면서 내려간 후, 오리발을 이용해 쭉쭉 나가면서 상상하던 내 모습을 그대로 수영했다. 그 느낌이 정말 좋고 내 스스로가 너무 멋졌다. 암 스트로크는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컸다. 오리발을 끼고 피닝을 하며 수영하면 쭉쭉 나가는 느낌이지만, 발은 움직이지 않고 손만으로 수영을 해야 해서 숨과 체력이 동시에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 그래도 25m를 완주했고, 최근에 배운 수영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뭐든 배우면 다 어디서든 쓸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물속에서의 수업이 모두 끝난 후, 다이빙 로그를 남기는 방법도 배우고 이날의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가슴이 벅찰 정도로 너무 알찬 하루였다. 풀에서 수업한 게 최소 3시간은 되었고, 거의 물에서 나오지 않고 계속 수업을 하다 보니 손이 다 쪼글쪼글해졌다. 심지어 붓기가 빠져서 그런지 반지가 약간 헐렁해졌고, 결국 잃어버리고 말았다. (속상) 하지만 너무 알찬 하루였고, 정말 여러모로 운이 좋았기에 속상한 마음은 저멀리 던져버렸다.
영광의 흔적이라고 해야 할까나, 내 몸이 익을 대로 익어버렸다. 생각보다 해가 뜨겁다고 느끼지 않았고, 그 당시에는 아무 느낌도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신 거울로 본 내 몸을 보고 깜짝 놀랐다. SPF 50, Water + Sweat Proof의 바나나보트 선크림을 발랐음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수영복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프리다이버가 되기 위한 길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두 번째 날은 진짜 걸어가보았다. 몸은 고되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예쁜 하늘에 감탄. 역시나 오늘도 이론 수업부터 시작했고, 오늘은 나와 나의 버디 외에 다른 친구 한 명이 함께 수업을 듣게 되어 총 3명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3명을 동시에 케어하실 수는 없어서, 나는 나의 버디와 함께 연습을 같이 하게 되었다.
스태틱은 2분 3초! 사실 Relaxation 단계에서부터 어제보다는 조금 더 숨이 차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생각보다 내가 꽤 잘 버텼다. 사실 아직 한계에 다다르지는 않았지만, 무리하지 않고 이 정도면 충분히 잘 해냈다고 생각하며 나왔다. 어제보다 성장한 내 자신 칭찬해! 다이내믹도 어제는 피닝 때문에 조금 헤매였지만 감을 알고 난 이후에는 수월하게 했다.
이날의 가장 큰 산은 레스큐랑 턴이었다. 레스큐는 아직까지 조금 어색했다. 연습이긴 하지만 ‘레스큐’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긴박함과 부담감 때문에 살짝 긴장했고, 그래서 동작이 자연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연습을 계속하면 괜찮아질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다.
턴은 진짜 어려웠다. 웨이트를 찬 상태에서도 턴을 할 때 몸이 둥둥 뜨는 느낌이 있어서 처음엔 허우적거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선생님의 팁을 듣고, 손보다 팔꿈치를 닿을 때까지 계속 수영하고, 핀을 확실히 가슴까지 끌어올린 다음 턴을 하니 조금 감이 오기 시작했다. 아직 어설프긴 하지만 선생님이 ‘맞다’고 해주시니, 이제는 더 자연스럽고 스무스하게 만드는 것만 남은 것 같다.
마지막에는 25m - 턴 - 25m 숨을 안 쉬고 한 번에 돌파하는 연습을 했다. 확실히 그냥 숨참기와, 수영을 하면서 숨참기는 차원이 다르게 힘들었다. 그렇지만 너무 재밌는걸.
이틀간의 수업을 모두 마치고, 모든 태스크를 무사히 통과! 덕분에 이렇게 Pool Freediver Certification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인증서 같은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또 괜히 기분이 좋았다. 이런 증도 모으는데 욕심이 슬슬 생길 것도. 심지어 6월에는 또 여행을 준비하고 있고 해서 마스크를 사려고 했는데 수업에서 쓴게 딱 맞기도 했고 또 내가 원하던 하얀색 마스크여서 바로 선생님을 통해서 예약했다. 이렇게 집에 운동 장비만 쌓여가고...
둘째 날, 햇빛이 정말 강했다. '어이고, 이거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수업 끝나고 샤워를 하고 나서 내 몸을 보고 한 번 놀랐고, 옷을 입으면서 또 한 번 놀랐다. 첫째 날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마스크 자국은 그대로 얼굴에 남았고, 어깨, 팔, 승모근까지 모두 빨갛게 달아올라 따가움이 장난 아니었다. 결국 알로에 젤을 살 수밖에 없었다.
랑카위에서 놀 때는 썬크림을 대충 발라서 그랬다고 치고, 이번에는 SPF 50짜리 바나나보트 썬크림을 꽤 꼼꼼하게 발랐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심하게 타버려서 진짜 억울했다. 타는 건 괜찮은데, 따가운 게 정말 고통스러웠다.
[Lifestyle/Travel] - [랑카위] 체낭 비치 : Chenang Beach
[랑카위] 체낭 비치 : Chenang Beach
바다와 선베드와 함께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랑카위가 좋은 이유는 별거 없다. 내 성향에 잘 맞는 여행지이다. 먼저, 나는 사람들에 치이는 걸 너무 싫어하는 성격이라 사람이 없는
su3260ddmy.tistory.com
게다가 다음 딥 풀 세션도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이라 벌써부터 걱정이다. 어떻게 완전무장을 해야할까나.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