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후궁
Bangsar 근처에 이렇게 큰 절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마음이 요동치는 일들이 많아 Thean Hou Temple을 가보게 되었다. 가기 전 어디에 위치한 곳인지 찾다가 Google Map에서 천후궁의 리뷰만 8천 개가 넘게 있어서 놀랐고, 갔다 오고 나서야 알았지만 Thean Hou Temple은 말레이시아에서 제일 큰 중국 사원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꽤 경사진 곳을 올라 산 중턱 정도에 위치한 천후궁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도심에 있는 조그마한 절을 생각했는데, 규모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커서 도착하자마자 입이 벌어졌다.
해가 질 때쯤인 한 6시 3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비가 한바탕 내리고 난 후이기도 했고 완전히 개인 하늘은 아니었기에 약간은 아쉬웠지만 Thean Hou Temple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웅장하고 멋있었다.
천후궁 내 기도를 드리는 법당은 꽤나 걸어 올라가야 했다. 법당으로 가는 길이 길치, 방향치인 나에게는 쉽지 않아서 화살표를 유심히 봐야했다. 법당까지는 절 입구부터 한 10분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았다.
2층에 도착하자마자 빼곡하게 늘어진 등, 화려한 사원 그리고 크기에 감탄했다. 분명히 입구서부터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대보다도 훨씬 크고 또 대단한 곳이었다.
이 통이 보시함이었다. 절에 오고 싶었던 그리고 정말 소원하는 일이 있어 얼마 되지는 않지만 보시를 했고 또 향을 태우며 진심으로 기도했다. 어떻게 기도를 드리는지도 절을 하는지도 그리고 법당에서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진심은 항상 통할 것이라 믿어 내 식대로 기도를 드렸다. 엄마 아프지 마 항상 건강해.
매일 새벽 집에서 향을 피우지만 절에서 피우는 향은 뭔가 달랐는데 그 다른 향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기도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슬슬 해가 지고 있었는데 한 7시 정도에 갑자기 등이 모두 켜졌다. 완전히 해가 지지 않았던 때였지만 등이 켜지며 온통 빨간빛으로 변하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 등도 꽤 많았는데 그건 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등이 있는 곳 중 정말 안 예쁜 곳이 없을 정도였다. 분명히 5분 ~ 10분 전에도 똑같이 내가 있던 곳이었는데, 빨간 등이 켜지고 나니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된 것만 같았다.
법당 위로 올라가게 되면 세미 도심 전망대같이 도시가 내려다 보이면서 경치가 참 좋았다.
점점 어둑해지며 달라지는 하늘빛과 함께 하는 Thean Hou Temple은 또 다른 분위기를 풍겨왔다.
어두워지는 하늘과 점점 빛을 발하는 홍등이 함께하는 천후궁은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그림 같았다. 그렇지만 역시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못하다.
물감을 푸는 것처럼 변하는 하늘 색깔과 대비되는 홍등은 뒤뜰에서 보아도 멋졌다.
이곳저곳 둘러 보면서 감탄을 안 한 곳이 없었다. 하늘이 점점 깜깜해지면서 내가 있던 그 자리가 또 완전히 다른 곳과 같아서 쉴새 없이 사진을 찍었다.
이제 정말 가야지 하면서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Thean Hou Temple 모습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오는데 그 순간마저도 왜 이리 아쉽던지...
절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한국의 조용하면서 소박함 그리고 절제됨, 힐링을 바라고 가기에는 천후궁의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일반적으로 한국 절 같은 경우에는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함이라면 Thean Hou Temple에서는 그런 느낌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천후궁은 으리으리함과 홍등의 황홀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해가 질 법한 시간에 가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Thean Hou Temple을 모두 경험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머무르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곳.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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