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2021년도 연말에 제일 재밌게 봤던 드라마를 꼽으라고 하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구경이>를 뽑을 수 있다. 2021년이 가기 전에 <구경이>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고자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 보니 종영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래서 그때의 생생한 느낌을 담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2021년 하반기, 내 최애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챙겨보았던 드라마로 후기를 꼭 남기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처음은 <이영애> 배우가 나온다는 그 사실만으로 흥미를 생겼도, 또 <이영애>가 맡은 <구경이>는 40대 히키코모리 여성 캐릭터가 너무 새로워서, 방영하기만을 기다렸다. 드라마에서 일반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40대의 여성 캐릭터들은 대체적으로 엄마, 워킹맘 아니면 골드미스인 전문직 여성들이었던 반면에 <구경이>는 주인공이 40대 여성이며 히키코모리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신선해서 이 드라마를 안 볼 이유가 없었다.
체구가 작은 20대의 천진난만한 사이코패스인 <송이경 : 케이> 또한 <구경이>에 맞선 아주 참신한 빌런 캐릭터였다.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 <케이>는 자신만의 원칙인 마땅한 죄를 지은 나쁜 사람들을 계획적으로 죽이기에 죄의식을 느끼지도 않았다. 해맑은 얼굴로 살인을 놀이처럼 즐기던 <케이>역을 맡은 <김혜준> 배우의 연기도 <이영애> 배우에 못지않게 완벽했다.
여자들이 다 해 먹는 드라마가 바로 <구경이>. <구경이>에서 남성 캐릭터들은 여성 캐릭터들의 조력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이>의 키링남 <산타>, <제희>의 후배 <경수>, <이경 : 케이>를 위해서 뭐든 하는 <건욱>, 악역인 <용국장>의 하수인 <김부장>까지, 이런 추리 스릴러 드라마 같은 경우에 일반적으로 여성 캐릭터는 민폐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던 것에 반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구경이>는 확실히 색달랐다.
<이경 : 케이>가 연극배우인 설정으로 인해서 드라마에서의 연극적인 부분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고, 또 <구경이>가 좋아하는 게임과 만화적인 연출 또한 드라마에 잘 어울렸다. 오히려 이런 말도 안 되는 연출들이 당황스럽긴 해도 이 드라마와는 찰떡같았다. 또한 1화부터 다뤄졌던 <구경이> 남편 죽음, <산타> 정체 그리고 어린 <이경>이의 숲속에서의 일주일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드라마 후반 부에는 당연히 이 모든 내용들을 친절히 알려줄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 내용들은 일언반구도 없었고 해석은 시청자들에게 남겨졌다. 이것마저도 <구경이>다웠다.
<구경이>는 다른 드라마들과 비교할 수 없는 종잡을 수가 없었던 드라마이지만 그로 인해서 유일무이한 Only One인 드라마가 되었지 않나 싶다. 풀어진 이야기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에 시즌 2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시청률이 좋지 않았기에 시즌 2가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구경수 탐정 사무소 시즌 2 존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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