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뭘 해도 그다지 그렇게 재미가 있지도 그렇다고 해서 별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말레이시아로 돌아온 그 순간부터 여태껏 바쁘게 지내다 보니 다른 생각이 들 틈이 없었는데 적응이 되었다고 또...
금요일 밤,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생각을 멈추고 싶어 넷플릭스를 켰다. 공개 전 예고편을 봤었고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공개되는 날이란 건 알고 있었다. 정신 병동, 간호사, 박보영 눈길이 가는 조합이라 꼭 보려고 했던 드라마이기도 했다.
나에게 드라마는 항상 곁다리로 무언가를 하면서 보는 브금과도 같은 존재인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그럴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다른 드라마들처럼 핸드폰을 손에 쥐고 보기 시작했지만 금세 TV로 눈이 돌아갔고, 핸드폰은 저 멀리 두고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 내가 내가 아닌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고 스스로를 곱씹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라앉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계속해서 잠식당하는 그런 느낌도 받아 싱숭생숭한 마음이기도 했다. 혼자서 생각하고 또 혼자 결론을 내보며 또 기대하고 실망하고... 속이 시끄러워서 그리고 생각을 멈추고 싶어서 잠을 많이 자기도 했다. 그런 상태였지만 아니 이런 상태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큰 위로가 되었다.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았던 사람들이 또 사람들로 인해서 치유되는, 아직 세상이 살만하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따뜻한 드라마여서 좋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제가 주제인지라 한 번에 몰아보기엔 힘들었고 중간중간 쉬어가며 며칠간 걸쳐 보았다. 정신 질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생생하다 못해 내가 그 당사자가 된 것만도 같았다.
*스포주의
매 회마다 다른 환자들의 에피소드들로 전개되는데 그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편은 <서완님> 과 주인공 <다은>의 이야기였다. <서완님>이 나올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었다. 그 누구보다 순수했던 사람이었고, 담당 간호사 <다은>을 중재자님이라고 칭하며 따르는 모습, <다은>이 다른 환자 때문에 힘들어할 때 친히 30,000,000원 골드를 거리낌 없이 주던 <다은>에게는 큰 힘이 되던 환자였다. 다만 <서완님>이 왜 망상증 환자가 되었는지, <서완님>의 마지막 안타까운 결정은 그 다음회를 바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다은>과 가장 유대감이 깊었던 환자이니만큼 <다은>은 <서완님> 죽음 이후 우울증까지 겪게 된다. 우울증 때문에 간호사를 못하겠다 수쌤에게 말하면서 또 간호사가 너무나 하고 싶다며 엉엉 우는 장면은 마음이 저릿할 정도로 <다은>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또 성장한 <다은>은 단단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딱 하나 아쉬운 건 굳이 싶었던 러브라인 정도? 굳이 싶긴 했지만 그래도 그걸 상쇄할 만한 스토리가 있었으니... 추천한다. 이번 주말에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밖에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알찼다.
작은 파동에도 베이고 상처나고 사람은 그렇게 나약하다.
성식님 잘못하신 거 1도 없으세요. 다른 사람 잘못까지 다 떠안지 마세요. 조금 더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속상해요, 여기는 착한 분들만 오시는 거 같아서.
그래서 선생님도 여기 계신가봐요. 이곳에는 착한 사람들만 온다면서요.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 경계인들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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