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말레이시아 돌아온 지 어언 3주, 한국 영화를 맘껏 보고 오지 못한 생각이 들 때쯤 퇴사를 앞둔 그 어느 때 시간을 때우기 위하여 영화관 검색해 보던 중 말레이시아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개봉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말레이시아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없기도 하고 또 한국 영화가 그리웠던 차였다.
요즘 난리도 이런 난리가 아닌 <오펜하이머>는 아무리 생각해도 1. 백인 한정 안면 인식 장애 2. 등장인물 매번 까먹어서 책 앞장 다시 보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에 이건 절대 보면 안 되는 영화라고 생각했고, 도저히 볼 엄두도 나지 않아서 원래도 볼 생각은 없기도 했다.
최근 들어 본 영화가 우연찮게도 다 IMAX였던 터라 GSC Mytown 지점을 자주 갔었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굳이 IMAX로 볼 필요가 없었고 또 집 근방인 GSC MidValley 지점에서도 적당한 시간에 볼 수 있길래 바로 예약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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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30분 영화에 맞추어 부랴부랴 Boost에서 영화를 보며 함께 마실 All Berry Bang을 샀는데 (진짜 한 3입 먹었음) 외부 음식 및 음료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며 밖에서 다 마시고 들어가던가 라커에 넣어 놓으라는 완강한 직원분의 호통에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급하게 한두 입정도를 더 마신 후 나의 All Berry Bang은 휴지통으로... 다른 영화관에서는 음료수를 사서 안에서 마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쨋든 GSC MidValley 영화관은 외부 음식 및 음료가 불가하다고 하니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길... (가방에 넣고 들어가는 건 들키지만 않는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말레이시아에서의 한국 영화는 처음인지라 지금에서야 깨달았는데 총 3개의 자막 (말레이어, 중국어, 영어)이 함께 나온다.
결론적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나에게 불효인 영화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기 전 스토리라인은 정말 뻔한 영화라고 하는 후기를 보긴 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이렇게나 우울한 영화일 줄은 나는 몰랐다. 아무래도 강도 높은 지진으로 인해서 온 나라가 박살 난 상황이니 희망적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하아...라는 한숨과 함께 인류애가 상실하는 그런 느낌이 가득했고,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분명히 그 상황에 나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의 감정 및 심리 변화도 잘 묘사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난 이 영화를 통해서 선동, 세뇌의 무서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내 성향은 영화는 오락적인 측면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하는 매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눈요기가 있는 영화/, 오락 영화를 특히나 좋아하는 1인으로써 최근 제일 재밌게 본 영화도 범죄 도시 3일 정도로 대중적인 상업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런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비추한다. 아마 영화 한 장면 장면에 숨어있는 것들 찾아내는 것, 감독의 의도를 곱씹는 것, 영화를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법한 영화인 것 같은데 누구보다도 1차원적으로 영화를 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다지 재밌을 만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영화를 본 후 집에 돌아와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하여 찾아보고 이런 장면은 이런 의미였구나, 이걸 뜻하는 거였구나, 극 중 인물의 이름은 왜 그런 지까지 알게 되니 또 다른 재미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난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를 추천하기에는 조금 어렵다.
또,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 어느 영화보다도 한국적인 영화였고 한국 사람이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이 꽤나 많았다. 한국 사람들에게 아파트란 의미, 그 급박한 상황에서 자가, 전세, 대출을 분류하는 행동, 아파트 노래, 군필자들을 기반으로 한 방범대까지. 이런 한국인 갬성들을 외국인들은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분명히 한국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이 영화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어떠한 정보도 모른 채 영화를 보았던 터라 <콘크리트 유토피아> 엔딩 크레딧에서 익숙한 이름인 <엄태화> 감독의 이름을 보고 놀라긴 했다.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들>은 진짜 재밌게 보았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실망이라고 할 정도로 나는 별로였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
으라차차 황궁! 으라차차 황궁!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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