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바야흐로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고 난 후 이때가 아니라면 영화도 보지 못하고 일에 치여 살 것 같다는 생각에 예매한 영화가 바로 <잠>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한국 영화는 상영하는 관도 별로 없을뿐더러 상영 시간도 다양하지 않아서 그 상영시간에 내가 맞춰야 한다. 그래서 퇴근 후 KLCC로 거의 뛰다시피 해서 결국 보게 된 영화였다.
*<이선균> 마약 스캔들이 터지기 전인 9월에 본 영화였지만 미뤄지고 또 미뤄지다 지금에서야 포스팅을 업로드.
영화 보기 전 실제로 <잠>, 이 영화가 결말을 위한 영화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영화를 보는 내내 그 결말이 무엇일까 하며 머리를 굴렸는데 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영화이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여서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계속해서 곱씹게 되는 마력의 영화였다. <이선규> 때문에 추천을 안 하고도 싶지만 그렇기엔 영화의 내용도 <정유미>의 연기가 너무나 좋아서 더더욱이나 포스팅을 안 할 수 없었다.
*청룡 영화제 여우주연상 <정유미> 수상 기념, 내가 <정유미> 배우 본체 및 연기를 좋아해서 사심을 담았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이지만 나는 오히려 블랙코미디인가 싶을 정도로 유머 코드가 잘 맞는 영화였고, 아직도 생각하면 빵빵 터지는 장면들이 몇 있었다. 특히나 <수진>이 의사에게 돌팔이라고 하며 약통을 던지는 장면은 너무 뜬금없이 훅 들어온 장면이라 웃음을 참느라 아주 힘들었다. 곳곳이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이 많아서 엄청 무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스포주의
남편 <현수>의 점점 심각해지는 몽유병 증상에 점점 더 예민해지고 또 날카로워지는데 개인적으로 <수진>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모든 것을 함께 해결하자라는 식의 방법을 고수하는 <수진>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제일 소중한 아이까지 위험해지는 상황을 자초하는 <수진>이 답답하기도 했다.
엄마가 데려온 무당의 말에 점점 초점이 맞춰지고 점점 더 빠져드는 모습이 오히려 이 영화에서 제일 섬뜩했던 장면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특히나 마지막에 집을 부적으로 도배한 장면과 또 그 와중에 PPT까지 준비한 <수진>을 보며 무서움과 동시에 또 빵 터져서 웃참을 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명확한 닫힌 결말이었다. <현수>의 직업은 배우였고 또 아래층 할아버지 성대모사도 자주 했던 것으로 보아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수진>에게 안도감을 주기 위하여 할아버지 빙의 연기를 한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수진>이 편안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아무래도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보니까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고 말레이시아에 와서 본 한국 영화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재밌었다. <이선균> 때문에 안 보기에는 아까운 영화라 감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Fin.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그냥 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1) | 2023.12.26 |
---|---|
[영화] 거미집 : Cobweb (0) | 2023.11.28 |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0) | 2023.1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