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는 말싸움을 잘하는 법 그 짤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어떤 하루 구독하고 있는 뉴스레터 <듣똑라>의 <이현> 기자가 밑줄을 치며 읽고 싶은 구절이라고 공유한 내용과 더불어 책 제목이 너무 흥미로워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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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bsp;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9562091

 

 

*아포리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어떻게 보면 현실성이 없을 만큼 낙관적이고 웬만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을 하는 파워긍정러로써 염세주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굳이 싶은 게 어떻게 보면 염세주의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 대표적인 철학자가 <쇼펜하우어>이기에 실제로 이 책을 보다가 덮는 건 아닐까 하며 반신반의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보기 전 나는 내 인생은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또 행복을 항상 쫓았던 것 같다. 책 제목과 같이 왜 내 인생이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을 한 번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도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매일이 하늘나라 별천지 꽃 천지 마냥 행복하기는 어려울 수 있고, 항상 평탄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욕심이자 허황된 나의 바람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팔랑귀, 종잇장과도 같은 얇디얇은 귀를 가지고 있는 나는 제목 그리고 또 도입부만을 읽은 채로도 생각할 거리가 꽤 많아졌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사실 내 스스로가 단단해지고 싶어서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응원을 받고,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위로를 해주는 책을 아주 좋아했다. 글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책들 말이다. 나머지 주제의 책 들이라고 하면 실제로 생각을 깊게 해야 하기도 하고 그러면 가뜩이나 힘들고 팍팍한 세상, 내 인생에 더 큰 짐을 지우는 것 같아서 피했던 것도 있다. 결국 나는 편독의 길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를 읽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나와 거의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은 과연 어떻게 생각을 하고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궁금했던 게 가장 컸고, 솔직하게는 이 책을 읽는다 해서 어떤 위로를 받고자 하는 것은 1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챕터, 챕터를 읽으며 오히려 다른 책보다도 위로를 받는 되게 희한한 경험을 했다.

 

어떻게 보면 극단적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간 본연에 대한 가진 생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구절이 많아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기에 말을 할 수 없었던 본성을 깨워주기에 통쾌하면서 공감이 갈 수 있었던 구절들도 많을 것이라 믿는다. 나 또한 그랬으니.

 

사람이 체면을 중시하는 까닭은, 내세울 인간성이 직분에서 얻은 명예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다.

 

혐오스러운 오늘로부터 조금이라고 빨리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괴롭다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평소보다 더 많이 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새로운 시작을 펼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행복이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행복을 활동 그 자체로 본다. 행복하다는 것은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잘 산다고 느끼는 까닭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요약하자면 행복은 '잘하고 있다'는 지속이다.

 

하지만 사유는 오직 인간에게만 내재된 기능이다. 사유를 통해 인간은 인간다워지고, 사유를 인생의 본질로 삼았을 때 인간은 가장 인간다워진다. 따라서 행복은 사유다. 생각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선한 삶이고, 삶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음식을 절제하면 몸이 건강해지듯 사람과의 만남을 자제하면 영혼이 건강해진다.

 

인간의 자질 중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꼽아보라면 성실을 택하겠다. 성실함의 미덕은 내게 부족한 다른 자질들을 보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러나 성실이 부족한 사람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도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다. 성실은 어떤 능력으로도 보완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나로 평생을 살 수는 없다. 사람들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려는 데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다.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사람들도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명백히 저지른 실수에 대해 변명하거나 축소하거나 미화할 필요는 없다. 깨끗이 인정하고 징계를 받고 우연히 생긴 비극으로 인생의 페이지에 적어둔 뒤 책장을 덮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지 않더라도 정직히 행할 것. 나 홀로 있어도 예의를 갖출 것. 듣는 사람이 없어도 거짓말을 입에 담지 않을 것. 내 것이라고 생색내지 않고 몰래 나눠줄 것. 그들이 내게 실수를 저질렀어도 가르쳐주지 않을 것 등등.
내가 나에게 부여한 이 모든 시련을 이겨냈을 때, 나는 나 자신을 새롭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내가 남보다 고상한 사람임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나의 자존심을 정당하게 만들어줄 것이며, 나는 나의 자존심을 떳떳하게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그 전에 궁극적인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를 자신에게 묻고 답을 내리는 모든 행위가 철학이다.

 

요즘 <쇼펜하우어>가 꽤나 많은 곳에서 거론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모두가 그만큼 벅찬 인생들을 참아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한다. 뭐, 나 또한 그런 이유로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항상 그랬듯 책이 무조건적이고 또 모두에게 완벽한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의 식견을 조금 넓힐 수 있었던 책인 건 분명하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무작정적으로 '그럴 수 있지'가 아닌 이해를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나에게도 불행이 있었으니 행복이 더 소중할 수 있었고 그 행복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이기도 했다. 2024년에 완독한 첫 번째 책이기도 하면서 여운이 깊게 남았던 책이라 여러모로 쉬이 잊기 어려운 책이 될 듯하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