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다육이 키웠기 (記)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식물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식물을 들여오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봐야 하는 게 귀찮아서 망설이고 있었다. 아마 한 1년 동안 다육이를 들여볼까를 고민했다. 사실 고민이라고 해봤자 불현듯 다육이를 데려올까 생각을 종종 했던 것이 전부였긴 하다.
우연찮게 들린 KEDAI KL에서 내가 원하던 아주 조그마하고 또 귀여운 다육이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KEDAI KL을 먼저 소개해 보자면 Artisan Marketplace라고 하는데 자체 생산 상품 및 브랜드들을 기반으로 한 Local Entreprenuer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종종 플리마켓과 워크샵도 열리는 것 같았다. 한국인 뿐만이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하고 핫플인 Pokok KL Cafe가 KEDAI KL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KEDAI KL은 2층, 3층을 모두 아우르고 있고 타투샵, 식당, 카페, 바버샵, 옷집 등등 다양한 분야의 상점들이 입점해있었다.
3층을 거닐다가 새삼 교도소 구조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약간 느낌이 묘했지만, 쨋든 상점 하나 하나 본연의 색깔을 담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KEDAI KL을 열심히 구경하고 있던 와중에 2층 맨 끝 Jacob's Dream이라는 가게에서 내가 딱 원하던 조그마한 다육이들을 보게 되었고, 3개에 10링깃이라는 아주 매력적인 가격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리저리 고르고 또 고르다가 다육이 세 마리를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근데 그때 열심히 골랐던 것치고 지금 다시 사진을 꺼내보니 다육이 원은 저 때부터 밑동이 노란 걸 보니 멀쩡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KEDAI KL 카페 중 하나는 커피 찌꺼기를 식물 비료로 사용해도 된다며 공짜로 가져가라고 바깥에다 두었길래 야무지게 이것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물이 고이지 않게 잘 빠져나가라고 받침대도 샀고, 이름도 원, 투, 쓰리로 지어주고, 또 선인장과이니 햇빛도 잘 받을 수 있게끔 아이들을 베란다에 두었다.
근데 날이 가면 갈수록 다육이 원이 노란색으로 잎이 변해가며 잎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한번 톡 건드리면 노란 잎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렇게 총 3개의 가지가 있던 다육이 원은 본인의 모든 잎을 떨어뜨리더니 제일 먼저 나를 떠나갔다. 다육이 투도 탱탱하던 잎이 점점 쪼그라들면서 아이가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햇빛은 너무나 쨍쨍하게 받는데 흙은 계속 말라가ㄱ 물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점점 말라간다는 걸 깨달았다. 다육이라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들어서 정말 물을 많이 안 주었는데 그게 아이들을 말라 가게 했던 원인이었다. 다육이 원은 손쓸 새도 없이 떠나갔기에 물을 이전보다 열심히 주며 남은 다육이 투와 쓰리라도 구해야 했다.
그렇게 이전보다 훨씬 자주 물을 주며, 흙이 마름의 정도를 체크를 하며 물을 주었더니 다육이 투는 쪼그라졌던 잎이 다시 통통해졌다. 다육이 쓰리는 조용히 잘 지내는 것 같더니만 어느 순간 잎 뒷면에 검은색 반점 같은 것들이 생기면서 다육이 원과 같이 초록 잎을 하나하나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싶어 한국에 가기 전까지 열심히 쓰리를 케어해보았고 또 다육이 투, 쓰리를 너무나 땡볕에 두면 흙이 마르게 되니 아이들이 죽을 것 같아 집 안으로 데려다 놓기까지 했다.
나보다 일주일 먼저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동생에게 다육이 사진을 받았는데 다육이 투, 쓰리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그래도 다육이 투, 쓰리를 살려보고자 동생에게 물을 계속 줘달라고 했는데 내가 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오지 못했고 마르고 또 마른 상태로 나를 맞이했다.
그래도 4개월 동안 다육이 원, 투, 쓰리와 함께 해서 즐거웠다. 특히나 다육이 투가 열심히 물을 받아먹고 다시 통통해졌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결국 난 그 키우기 쉬운 다육이마저 죽여버린 살식마가 되어버렸다. 다육이 키우기 쉽다고 한 사람 누구신가요... 역시 무엇이 되었든 키우기란 쉽지 않다.
한국 집에는 정말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엄마가 많은 식물들을 키우고 있는데 유전자를 물려받은 나는 왜 3마리 다육이들을 키우는 것도 이리 어려운 것인지... 이번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다 나를 떠나가 버렸지만 다음번에는 조금 공부하고 새로운 아이를 데려와야겠다. 또 이번과 같이 고민과 고민을 하다 진짜 데려오는 건 다음 년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요즘 눈이 가는 건 테이블 야자와 스파티필름이다. 둘 다 웬만하면 죽지 않고 수더분하게 키우기 어렵지 않다고 들어서 다시 한번 새로운 식물로 시도해서 식집사로 거듭나고 싶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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