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30일
내가 해외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는 날이 오다니... 백신 접종을 한 후지만 아직도 얼떨떨하다.
사실 쫄보 중에 쫄보인 나는 주사가 너무 싫어서 백신 신청 자체를 미루고 미뤘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는 없는 하루에 15,000명이 넘는 확진자 수를 기록하는 현실이 주사의 찰나의 아픔보다 무서웠기에 더는 미루지 않고 백신 신청을 했고 그게 7월 중순이었다. 늦게 신청한 만큼 당연히 늦게 잡힐 걸 예상했는데 신청을 한 후 생각보다는 꽤 빠른 시일이었던 11일 되던 차에 드디어 예약이 잡혔다. 다행히도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시노백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7월 말이 되면서 거의 화이자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것 같긴 했지만 혹시나 몰라 인스타로 찾아보니 역시나 화이자였다.
아무래도 백신을 맞고 집에 돌아오면 아주 늦은 시간이 될 것만 같아서 주사 맞기 전에 기력 보충 겸 Bak Kut Teh를 시켜서 배를 채운 후 백신 접종 장소로 출발했다. 혹시나 사람이 많을 수도 있기도 하고 대기하는 시간도 있을 것을 예상해서 6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집에서 그랩을 타고 백신 접종 장소로 6시 11분에 도착! 차에서 내려 접종 장소까지 5분 정도를 걸어가는 그 길부터 두근두근! 주사 한 방 맞으러 가는 길인데 왜 그렇게 떨리던지...
QR 체크인과 백신 확인을 마친 후, 백신 종류가 적혀져 있는 팻말이 보였고, 인스타로 찾아본 것과 같이 내가 맞는 백신은 Pfizer, 화이자! 그리고 예약 시간은 딱히 상관은 없는 듯 하다. 1시간이나 빨리 도착했지만 다들 예약 날짜만 확인하시는 듯 하다. 이 텐트에서 문진서와 번호표를 받았는데 문진서는 말레이어로 되어있어 당황했다. 그래도 안에 친절히 도와주시는 분도 계시고, 어차피 받은 번호표에 따라 카운터에 가면 또 확인하시는 분이 계셔서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가기 전 이웃 블로거 분들의 포스팅을 꾸준히 본 덕에 펜을 챙겨갔다. 펜은 필수!
백신을 맞기까지 총 2개의 카운터를 지났고 두 번째 카운터에서 만나 봰 분은 얼마나 힘드신지 Good Evening이라고 인사를 건넸는데, Good Morning, Afternoon, Evening을 내리 말씀하시면서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쓴웃음을 지으셨다.
백신을 맞는데까지 한 20여 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자리도 어디에 앉으라고 아주 신속히 지시를 내려주신다.
Satu, Dua, Tiga, Empat으로 지목되어 함께 불린 사람들과 함께 각각 배정된 방 앞에 가니 백신을 맞는 곳이라 놀랐다. 프로세스를 몰라서 미어캣처럼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보니 백신 접종하는 곳에 도착! 백신 접종을 말 그대로 기다림의 연속이다. 근데 나는 가족들에게 생중계하느라 바빠서인지 그렇게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백신을 맞을 때에서야 바보같이 내가 긴소매를 입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하아... 내 자신... 그리고 하루가 지나서 깨달은 건데 부디 오른손잡이는 왼쪽 팔에 맞아야 생활이 편하다.
*다음날이 되니 주사를 맞은 팔을 90도로 올리는 것조차 어려웠다. 일상에서 손을 올리는 일이 이렇게나 많은 줄 새삼 몰랐다.
내가 백신을 맞기 몇 주 전 백신 정량 접종을 하지 않았고 빼돌렸던 사건이 있어서인지 사진, 동영상 모두가 촬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맞을 백신부터 백신 정량을 담는 그 순간까지 동영상을 찍었다. 막상 보니 주사기를 보니 긴장이 되어서 팔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 백신을 놔주시는 분이 힘을 빼라고 팔뚝을 톡톡 쳐주셨다.
내가 느끼기에는 0.1초의 따끔정도였다. 주사가 너무 너무 싫고 무서워하는 겁쟁이인 나인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줄은 몰랐다. 주사 바늘 자체가 진짜 가늘고 얇아서 그런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맞은 빈 주사기까지 인증샷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백신 완료 QR코드를 찍고 서류를 내면 이상 증세가 없는지 15분간 대기를 한다. 15분 후 나의 번호가 불리고 마지막 카운터에 가게 되면 어지럼증은 없는지 알러지는 없는지는 확인한다. 아무런 증상이 없었던 나는 1차 백신 접종 완료 증을 받고 옆에 있던 사탕, Kopiko도 챙겼다.
Keluar, 드디어 진짜 끝!
밖에 나오는 길에는 이렇게 포토존까지 준비되어 있어서 마지막 인증샷까지 야무지게 찍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좀 늦은 저녁이어서 그런가 그랩을 잡아서 대기하는 시간이 백신 맞기 전 대기 시간보다 더 길었던 것 같다. 무사히 집 도착해서도 아무런 증상은 없었지만 엄마의 조언대로 파나돌을 먹었다. 1차 접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후련하고 또 후련했다. 백신 맞고 나서도 꽤 몸 상태가 좋았고 나의 소소한 행복 "라켓소년단"까지 보고 길고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다음 날 다시 MySejahtera를 확인하니 2차 접종 예약이 잡혔고, 3주 후 같은 장소, 같은 시간으로 배정받았다. 접종한 날 먹은 파나돌이 효과가 있었는지 다음 날에도 주사를 맞은 팔이 욱신거리는 거 빼고는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 2차 접종 때는 반팔, 그리고 꼭 왼쪽에 접종을 맞아야 한다는 걸 몸소 깨달았던 1차 접종 후기
어서 빨리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
* 2021년 8월 7일, 화이자를 접종 맞은 후 1주일하고도 하루가 지난날, 관자놀이가 너무 아프고, 두통이 너무 심해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두통은 이어졌고, 두통 때문인지는 몰라도 2021년 8월 13일까지 계속 두통이 이어졌다. 파나돌을 계속해서 먹었지만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고,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는 일이 있어서 스트레스 떄문일거라 생각했지만 엄마와의 통화로 지속적인 두통이 화이자 접종의 부작용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차 접종이 일주일이 넘은 거의 2주가 되어가는 시점이라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는데, 엄마가 아시는 분 또한 화이자를 맞으시고 5일 차부터 두통이 심해지셨고, 병원에도 가보셨지만, 타이레놀 외에 별다른 처방을 받지는 못하셨다고... 생각지도 못하게 접종 후 일주일이나 지나서 후유증이 생겨 속상하다. 파나돌도 한 알이 아니라 두 알 정도는 먹어야 두통이 조금 가시는데, 이제 2차 접종 전까지는 파나돌을 끼고 있어야 할 것만 같다.
2021년 8월 13일 업데이트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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