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출근
지금은 Youtube를 그리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취업하기 전만 해도 Youtube에서 제일 자주 즐겨보던 형태의 영상은 Vlog였다. 어떤 사람은 남의 인생, 그 사람 생활에 뭘 그리 관심을 주냐며 왜보는지 모르겠다고 하기도 했지만 난 별다른 특별한 재미가 있어서 보았다고 하기보다는 ASMR 용으로 틀어놓는 걸 즐겼던 것 같다. Youtube에도 검색하면 다양한 직업군들의 브이로그가 있긴 하지만 Youtube로 찾아보는 것에는 별 흥미가 없다.
그런 나의 취향 저격한 예능이 바로 <아무튼 출근>이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직업과 업무는 지인이 아니라면 아마 알기도 쉽지 않을 텐데,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인 동시에 재미도 빠지지 않는다. MC는 <박선영 전 아나운서님>이 <아무튼 출근> 프로그램과 아주 찰떡인 게 방송인이기도 하셨고, 아나운서이셨다 보니 SBS에 소속된 회사원으로서 일반인 출연자들과도 공감대를 이루면서 또 그 누구보다 패널분들을 편하게 해주시는 것이 TV 화면에서도 온전히 전해진다.
처음 프로그램이 방송되어 1화를 본 후, <아무튼 출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한 번 결방이 되었던 적이 있는데 얼마나 아쉽던지... 직업군은 다르지만 같은 직장인으로서 공감도 많이 가고 <아무튼 출근>을 볼 때는 신기하게도 딴짓을 하지 않고 푹 빠져들어 보게 된다. 또,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을 나이, 성별 등으로 구별 짓기보다는 모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가 형성되어서인지 보는 데 불편함이 없다.
<아무튼 출근>을 보며 매번 느끼는 건 역시 남의 돈 벌기란 모두에게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야근이라던가 혹 외근이라던가, 재택근무를 한 지 벌써 1년하고도 2개월이 넘은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모습들도 새롭고, 몰랐던 직업들에 대해서도 겉핥기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할 수 있어서인지 유일무이한 예능이라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직업의 모든 면을 보여주지 못하기도 하고, 편집을 통하여 중요 장면들만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라는 걸 알지만은 다들 참 열심히, 바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연예인들이 "주(主)"가 아닌 내 주위에 평범하게 내 주위의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서 그것 또한 <아무튼 출근>을 챙겨보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 1화 : 은행원 이소연
- 3화 : M사 총괄셰프 최현정
- 6화 : 블록회사 마케터 차홍일
- 7화 : 카드회사 대리 이동수
- 9화 : 자동차 연구원 박세훈, 화장품 BM 이새봄
- 11화 : 월동대원 박지강
<아무튼 출근>은 모든 회차가 편차 없이 흥미로웠고, 지금 벌써 11화가 방영된 시점에서 내가 제일 감탄을 하면서 보았던 출연진은 7화의 <카드회사 대리 이동수 님>이었다.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라는 문구를 모두가 볼 수 있는 모니터에 붙여놓은 것만 보고서 나의 평범한 직장 생활, 일상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본인의 인생을 제일 중요시하면서도 업무적인 면에서도 인정을 받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무 또한 완벽히 해내야 하는 사실이 와닿았다.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을 내세우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본인의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에 충실했는가를 한 번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MBC Youtube에서 에피소드를 나눠 <아무튼 출근>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해놓아 출연진별로 시청할 수도 있다. 댓글과 함께 보니 또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끝나고 또 시즌 종료가 되어 속상한데, <아무튼 출근>만큼은 종영하지 않았으면 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일반인들의 신청을 받아 지속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또 다양한 직업군을 보여주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아무래도 제한이 있을 수는 있겠지마는 다양한 직업군을 오래오래 <아무튼 출근>을 통해서 접하고 싶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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