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British Circus
연말에 되게 우연히 전해 듣게 된 서커스 공연 소식에 그 당일에 바로 티켓 예약을 완료했다. 가기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하지는 않았기에 한 20% 정도의 기대감을 가지고 보았고 60링깃 (한화 18,000원) 아주 저렴한 가격이었기에 별생각이 없었고 또 연말이기도 하니 겸사겸사 가본 게 컸다.
Desa Park Arkadia 옆 주차장에 큰 텐트 천막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서커스>를 보는 장소였다. 밤에 조명이 더 화려하게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 <서커스> 그 특유의 화려한 조명들이 없어서 약간은 아쉬웠다.
<서커스> 공연 시작 전부터 줄을 서고 또 꽤나 사람이 북적인다고 들어서 8시 정도에 도착해서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생각 외로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티켓을 확인하던 사람이 다짜고짜 니하오 해서 표정 관리 안 되고 진짜 분위기 싸해졌는데, 미안했는지 본인이 한국 좋아한다며 어필했지만... 벌써 나의 기분은... 되돌릴 수 없었...
내가 구매한 스탠다드 좌석은 기다란 나무 벤치와 같은 아주 딱딱한 널빤지 같은 느낌이었다. 심지어 좌석이 정해져있지 않아서 앉고 싶은 곳에 앉으면 되었다. 표를 안에서도 확인을 안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부에 관객들은 정말 많았던데에 비해 스태프들은 그렇지 못해서 통제가 잘 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들어가서부터 위대한 쇼맨이 생각나면서 계속 둠칫둠칫할 수 있는 노래가 나와서 신이 나기 시작했다.
8시 45분 정도에 <서커스>는 시작되었고, 티켓을 확인할 때 니하오를 외친 직원이 저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 처음에는 약간 아... 이런 느낌이었던 게 춤을 추는 모든 댄서들이 약간 뚝딱이고 각도 맞지 않는 모습이 보여서 실망이었다. 한 1시간 정도 배우기만 한다면 모두가 충분히 저것보다 잘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들이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정말 많았던 공연이었지만 여성분들의 의상이 수영복과 다를 바가 없어 약간의 불편했다.
그다음부터 찐<서커스>다운 <서커스>가 시작되었다. 뼈가 없는 듯한 사람들이 나와 온몸을 꺾고 찢고 림보 대에다가 불도 붙이기도 하고 세미 차력쇼 같은 공연이 진행되었다. 보면 볼수록 저분들 요가를 잘 할 수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전굴, 후굴 모두가 완벽한 사람들.... 정말 부러웠다.
이후에 진행된 것도 묘기였는데 저 높은 구조물에서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영차영차 올라가시더니 줄넘기를 하시고, 일반 줄넘기도 아니고 쌩쌩이.
분홍색 셔츠를 입으신 분은 통을 세우고 세워서 저글링도 하시고, 저것보다도 더 높게 통을 쌓으신 후 균형을 잡는 묘기도 보여주셨다. 근데 중간에 한번 떨어지셔서 그걸 보는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그다음에는 계속 성공하셔서 다행이었다.
내 최애 공연이었던 Aerial Hoop. 진짜 보는 내내 너무나 감탄했다. 노래, 조명, 모든 게 완벽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진짜 이거만 1시간 내내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서커스>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여운이 남았던 공연이었다.
되게 작은 자전거로 묘기를 부리는 세션이었는데 소리가 엄청난 것에 비해서 묘기가 놀랍지는 않았다. 이 이후로 한 10분에서 15분 정도 인터미션이 있었고 나무 판때기 같은 곳에 계속 앉아있다 보니 엉덩이가 너무 배겼고 아팠다. 그래서 인터미션 동안은 계속 서서 있었다.
<서커스>에 그네도 빠질 수 없지.
인형 컨셉으로 진행된 이 공연은 음악이 너무나 구슬프기도 했고, 혼자 독무를 하는 친구는 너무나 어려 보여서 이건 보면서 괜히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음악이 정말 약간 음산하면서 되게 슬픈 느낌이라 더욱이나 저 친구가 외로워 보였다.
Aerial Hoop에 이어 같은 분이 하신 두 개의 천을 가지고 하는 공연이었지만 플라잉 요가의 향기가 폴폴 풍겨서 이전 공연만큼이나 감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저 높이와 뚫려있는 천을 가지고 하는 공연이라 새로운 느낌이긴 했다.
마지막 피날레는 역시 오토바이. 저 동그란 구조물 안에 오토바이 3대가 들어가서 웅웅하는데 오토바이다 보니 매연이 엄청났고, 저 구조물이 바로 앞에 있어서 매연을 들이마셨다. 오토바이 공연을 시작하자마자 매연으로 코와 목이 괴로워졌지만 오토바이 공연은 즐거웠다. 보는 내가 너무나 조마조마해서 손을 꼭 부여잡고 공연을 보았다.
<서커스> 웬만해서 정말 재밌었는데 중간중간에 너무나 예측 가능한 마술이라던가 1차원적인 개그를 하는 시간들이 있었는데 정~말~로 스킵 버튼이 있었다면 스킵 하고 싶었다. 공연 중간중간에 준비 기간이 필요해서 이 또한 필요한 부분이라고 충분히 이해는 가는데... 할말하않.
결론을 말해보자면 <서커스>의 구성도 꽤 괜찮았고, 즐거웠고 또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라 행복했다. 하지만 기대를 놓고 한 번 보기에는 괜찮은 공연이지 이걸 못 봐서 아쉽다 정도의 공연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추천?!.
*<서커스> 생각 안 날 정도로 Desa Park 가 너무 좋고... 좋고... 또 좋다... 돈 많이 벌어야지.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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