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처음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통하여 알게 되었고, 내가 즐겨 듣는 <팟캐> 중 하나인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에서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관련된 에피소드를 듣고서는 바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18세기의 영국의 <앤 여왕>과 여왕의 마음을 차지하려는 두 명의 여성, <사라>와 <애비게일>의 실화를 각색한 영화이다.
<앤>은 히스테릭하고, 한마디로 종잡을 수가 없는 인물이다. <앤>의 인생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17명의 아이를 잃은 엄마였고, 그로 인한 상실감은 대단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한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하는 왕으로서, 중압감과 부담감이 상당할 듯한 <앤>의 삶을 상상해 보면, 히스테릭한 <앤>의 성격은 지극히 정상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라>는 누구보다 <앤>에게 진심이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앤>에게 아첨할 때, <사라>만은 현실을 일깨워주며 나쁜 역을 도맡아 하는 <앤>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이자 궁의 실세였다.
<애비게일>은 아버지의 빚 때문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몰락한 귀족이었다. <사라>의 먼 친척이기도 하여, <애비게일>이 궁으로 오게 된 것도 <사라> 덕이었다. 잃을 것도 없어서인지 당돌했고, 자신의 잃어버린 지위를 다시 찾고자 하는 욕망과 야망이 대단했다. 특히나, <애비게일>이 약초를 캐온 자신의 존재감을 <앤>에게 알리는 장면을 보며, 영리한 처세술에 감탄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라>, <애비게일> 누구의 편을 들 수 없었다. <앤> 또한, 이 둘의 질투심을 적절히 이용해가며 자신의 외로움을 채워가는, 마냥 어리숙한 인물은 아니었다. 절대적인 승자가 없는,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못 한 결말도 인상 깊었다.
세 명의 여성이 극을 끌고 가는 것도 좋았고, 여성들이 남성들의 조력자로만 나오는 보통의 영화와는 확연히 달라서 기억에 두고두고 남을 법한 작품이다. 남성들을 철저하게 소품보다도 못한 존재로 취급하는 연출까지도 맘에 들었다.
갑자기 뚝 끝나는 듯한 영화의 엔딩마저도 나에게는 특별했던 영화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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