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콘텐츠는 즐기지 않는 편인데, <서브스턴스>는 예상했던 것보다도 강한 고어와 그로테스크함이 조금은 불편했다. 후반부에는 미간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거북한 장면들이 많아, 이런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브스턴스>를 본 이유가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외모 강박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그런 기괴한 장면들이 힘들긴 해도 시사하는 바가 훨씬 크기 때문에 나에게는 특별한 영화였다.
*스포주의
완벽하지만 불완전한 삶
<엘리자베스>는 결혼하지 않았고, 집과 시간, 돈까지 갖춘 내가 꿈꾸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의 명성과 부가 외모에서 비롯되었고 외모에 대한 가스라이팅을 당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결국 외모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 씁쓸했다.
<수>는 그 멀쩡하지 않은 몸으로 쇼를 준비하는 독기가 혀를 내두르게 했다. 독기 대박!
<서브스턴스>에 나오는 모든 남성들은 역겹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특히 네트워크 TV 사장은 새우를 쳐먹을 때도 그렇고, 뻑하면 담배를 피우는 모습, 빻은 소리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할 때에도 머리를 한 대 깡하고 치고 싶었다. <엘리자베스>의 <Sparkle Your Life>도 그렇고, <수>의 <Pump it Up>도 운동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여자들을 성상품화하여 남자들의 눈요기를 충족시키는 그런 저질스러운 프로그램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외모 강박, 벗어나야 할 굴레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염색을 하고, 예뻐진다는 이유로 어려 보이기 위한 시술을 받는 사람들과 <엘리자베스>가 몸속에 주입하는 정체 모를 <서브스턴스>가 겹쳐 보였다. 동안이 칭찬으로 여겨지고, 이를 위해 성형과 시술이 강요되며 특히 여성들에게 이러한 부담이 지워지는게 한 편으로는 화가 난다.
시대에 따라 선호하는 얼굴이 달라지는 것도 이상하고, 최근에는 중안부 길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걸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결국 이상적인 얼굴은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이며, 시시각각 바뀌는 형체 없는 신기루와도 같다.
남의 시선에 맞추다 보면 끝없는 욕심이 생기고 만족할 수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외모 정병은 답도 없다.
마치며
<서브스턴스>는 현대 사회의 외모 집착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이었다.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의 여성들이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럽고 자유로운 세상이 오길 바란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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