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독감
행복한 금요일, 일도 그렇게 바쁘지도 않았고 또 유독 할 일이 없던 금요일이었다. 아침부터 약간 열이 올라오는 것 같으면서 기침이 조금은 심해지는 것 같아 더 아파지지 않기 위해서 나는 회사 근처 클리닉을 가서 약을 타왔다. 참으로 희한했던 게 오히려 약을 먹고 나서 증상이 조금 더 심해지는 것 같으면서 앉아 있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점점 몸이 축 늘어지는 것 같으면서 결국 퇴근 때에 나는 LRT가 아닌 그랩을 잡아 집에 가는 지경에 다다랐다.
그렇게 주말 내내 진짜 근육통과 끊이지 않는 기침과 식은땀, 클리닉에서 받은 약이 전혀 들지 않았다. 다른 클리닉을 가볼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체력이 떨어졌고 약 먹고 잠자기만 반복했다.
월요일이 되어서도 그 힘든 몸을 이끌고 회사를 갔지만 도저히 앉아있을 힘도 나지 않고 직장 동료들한테도 민폐인 듯하여 결국 집 근처 클리닉으로 그랩을 잡았다.
하지만 그날은 야속하게도 말레이시아 공휴일이었고 집 근처의 클리닉은 모두 닫혀 있었다. (좌절)
아플 때 항상 클리닉을 직접 갔지만 이번엔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Online Consultation을 통하여 내 증상을 의사 선생님께 전달하였고 집 앞까지 약이 배달되었다. 심지어 Medical Certificate (MC)도 제공되었고 처음 사용해 본 서비스였지만 신속하고 저렴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새로 받은 약이 효과가 있길 바랐지만 전혀 차도가 나아질 생각도 없었다. 또 시름시름 그다음 날까지 앓던 차에 같은 증상을 가진 지인이 Influenza B가 확진된 사실을 알게 되어 나 또한 바로 회사에서 또 클리닉으로 튀어가 검사를 받았다.
일주일 동안에 클리닉만 몇 번을 가는 건지... 의사 선생님께 Influenza 검사하러 왔다고 말씀드렸고 선생님은 나의 목을 확인하신 후 검사를 하지 않아도 나의 목은 벌써 Influenza라며 100% 확신을 하셨다.
역시 검사 결과는 B형 독감이었고 좀 괜찮아지고 나서 증상을 찾아보니 나는 B형 독감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근육통이었는데 손가락 관절, 무릎 관절이 너무 욱씬거렸고 등 쪽의 근육은 누군가에게 천만 번은 맞은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다. 코로나 때보다도 기침이 심했고 하도 기침을 해대서 그런지 목이 다 쓸려나가는 느낌에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맞지 않는 약이어서 역시나 먹어도 효과가 진전되는 게 없었던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나 많은 그리고 다양한 약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고 약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 나중에는 독감 약만 먹었다.
*저렇게 많은 약을 받은 탓에 거의 350링깃 (한화 10만 3,200원 정도)이 청구되었다. 아무리 회사 보험으로 커버된다고는 해도 이게 적합한 처방이었는가 매번 의심이 든다.
제대로 된 약을 먹고 난 후에는 이전보다 훨씬 몸 컨디션이 괜찮아졌다. 하지만 일주일을 꼬박 앓았고 이젠 다시는 아프고 싶지 않다. 성인이 된 이후로 코로나가 가장 힘들고 아팠는데 코로나보다도 아픈 게 이 B형 독감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후 증상이 여전하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여서 누워야 했고 출퇴근길에 오래 서있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난다. 아직도 속이 울렁여서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러워지기도 한다. 후각이 예민해지기도 해서 냉장고를 열 때마다 고역이기도 하고 독감을 앓은지 벌써 거의 2주가 다 되어가는데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 최대한 휴식을 취하려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2024년 얼마나 더 잘 되려고 액땜을 이리 심하게도 겪는지 (원영적 사고) 상상도 가지 않는다. 연초부터 두 번째 코로나, 계속되는 알레르기, B형 독감까지. 파란만장 2024년 상반기였다.
이제는 아프지도 말고 괴롭지도 말고 건강하고 행복만 가득하길! 2024년 배우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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