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2025년 1월 들어 고른 첫 번째 영화는 바로 <하얼빈>이다. 2024년 크리스마스 즈음 한국에 개봉한 걸로 알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도 2025년 1월 1일에 개봉했다. 개봉 첫 주에 <하얼빈>을 보았으나, 현생을 사는 데 급급한 나머지 업로드가 쬐끔 늦었다.
<하얼빈>은 재미로 보는 영화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아주 더 잔잔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가 그 당시 느꼈던 고뇌와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느꼈던 상실감, 그리고 거사를 하기 전 결심과 같은 감정이 영화에서 온전히 전해졌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무거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한국 영화이긴 하나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 시대를 다루고 있다보니 영화의 1/3 정도가 일본어였다. 한국 영화인데도 영어 자막을 봐야 해서 조금 신기한 경험이었다.
*스포주의
<하얼빈>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김상현>과 관련된 장면들이었다. 모진 고문 끝에 밀정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 일본 순사가 던져 준 스테이크를 덩어리째 씹어먹는 그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굴욕감과 처참함,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여러 감정들이 씁쓸하게 뭉쳐져 느껴졌다.
영화 보기 이전에도 만약 그 시대에 내가 살았다면 독립 운동에 가담할 수 있었을까?라는 상상을 종종 해왔다. 여러 번 생각해봤지만, 솔직히 나는 아마 현실에 순응하는 방관자였을 것 같다. 언제 해방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독립 운동을 한다고 해서 진짜 독립이 올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싸운다는 것은 상상일지언정 너무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 이후 36년이 흘러서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독립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보며 가슴이 막히는 듯한 답답한 감정이 느껴졌다. 수십 년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라를 위해 싸워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더욱 독립운동가 분들께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2024년 12월부터 나라 꼴이 말이 아니긴 하지만 이 또한 예전처럼 잘 헤쳐나가리라 난 믿고 싶다. 현생에 치여 예전만큼이나 뉴스에 크나큰 관심을 두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나 하루하루 잊지 않기 위해 조금이라도 찾아보곤 한다. 저렇게 멍청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들이 제발 정신차리고 또 책임을 져주길.
외국에 살면 있는지도 몰랐던, 마음 저편 어딘가에 숨어있던 애국심으로 충만해지는 때가 있다. 이번 <하얼빈>을 볼 때에도 그랬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Korea Ura!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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